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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만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 50대 주부의 만성 무릎 통증
칼럼 2026년 4월 6일

"계단만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 50대 주부의 만성 무릎 통증

최장혁
의료 감수 최장혁 원장

멈춰버린 발걸음, 무릎이 전하는 이야기

"계단만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내려갈 때 무릎 안쪽이 시큰시큰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뻣뻣해서 한참을 주물러야 걸을 수 있어요.
쪼그려 앉아서 김치 담그는 것도 못 하겠어요."

이것은 54세 주부 선영님(가명)이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선영님은 평일에는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하루 다섯 시간 넘게 서서 보내고, 퇴근 후에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분이었습니다.
주말마다 동네 등산 모임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작년 가을 등산 후 무릎이 크게 부어오르면서 그마저 포기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X-ray를 찍고 나서 돌아온 답은 "연골이 좀 닳았지만 나이에 비해 심하진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염진통제를 석 달 넘게 먹었지만, 약을 먹는 동안만 괜찮고 끊으면 다시 시큰거렸습니다.
통증이 이어지니 움직이는 게 겁이 나고, 움직이지 않으니 다리 근력은 빠지고, 체중까지 늘면서 무릎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었습니다.
"검사에서는 심하지 않다는데 왜 이렇게 아픈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환자분의 답답함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선영님의 무릎 통증을 관절 하나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image.png녹슨 경첩과 막힌 수로: 무릎 너머를 읽다

무릎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하중을 견디는 관절 중 하나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만성 무릎 통증을 단순한 관절 마모가 아니라, 몸 전체의 순환과 균형이 무너진 결과로 바라봅니다.

오래 쓴 문의 경첩을 떠올려 보십시오.
경첩이 뻑뻑해지는 이유는 경첩 자체가 낡아서이기도 하지만, 기름칠이 되지 않아 녹이 슬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릎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골이 닳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절 주변의 혈액 순환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쌓이면 같은 정도의 마모라도 훨씬 심한 통증과 뻣뻣함으로 나타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비허습곤(脾虛濕困)과 어혈(瘀血)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비허습곤이란 소화 기능이 약해지면서 몸 안에 불필요한 습기, 즉 묵은 노폐물이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혈은 순환이 막혀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고 정체된 것을 의미합니다.

논둑의 수로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논에 물이 잘 흘러야 벼가 자라듯, 관절에도 맑은 기혈이 흘러야 연골과 인대가 제 기능을 합니다.
수로가 막히면 물이 고여 썩고, 논은 척박해집니다.
선영님의 무릎이 바로 그런 상태였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도 활액(滑液)이라는 관절 윤활액의 질과 양이 떨어지면 연골 보호 기능이 약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관절 안팎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영상 검사에서 심하지 않아 보여도 통증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image.png그렇다면 무릎을 위해 일상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선영님처럼 하루 종일 서서 일하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분들은 무릎 관절에 반복적인 부담이 쌓입니다.
여기에 활동량이 줄면서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이 약해지면, 무릎을 잡아주는 힘이 사라져 관절이 흔들리게 됩니다.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천천히 펴고 접는 동작을 하루 세 번, 열다섯 번씩 반복하는 것입니다.
대단한 운동이 아니라 허벅지 근육을 깨워주는 것만으로도 무릎이 한결 안정됩니다.
평지 걷기도 좋습니다.
이때 경사가 있는 곳은 피하고, 쿠션이 좋은 운동화를 신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녁에 무릎 주변을 따뜻한 수건으로 감싸주면 굳어 있던 순환이 풀리면서 아침 뻣뻣함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식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밀가루와 찬 음식을 줄이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몸 안의 습이 줄어들어 관절이 가벼워지는 분이 많습니다.

다만, 무릎이 갑자기 심하게 붓거나, 열감이 느껴지거나, 체중을 실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image.png다시 산책길에 서는 날을 위하여

선영님에게 저는 무릎만 치료하지 않았습니다.
약해진 소화 기능을 보강하여 습을 걷어내고, 하체 순환을 회복시키며, 관절 주변 근육의 균형을 함께 잡아가는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환경을 바꾸어 관절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되찾도록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석 달 뒤, 선영님은 다시 낮은 산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무릎의 시큰거림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몸이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입니다.
당신의 몸은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 회복의 열쇠를 함께 찾아가는 조력자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무릎 하나가 아닌 몸 전체를 세심히 살펴주는 의료진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 동제당한의원 원장 최장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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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혁

최장혁 원장

20년의 임상 경험을 통해, 다이어트부터 난치성 질환까지 몸의 균형을 되찾아드리는 통합 치유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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