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치료를 다섯 번이나 했는데 또 올라왔어요" | 사마귀가 자꾸 재발하는 진짜 이유
얼려도, 또 올라오는 것들
"손등에 뭐가 또 올라왔어요.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솔직히 이젠 지쳤습니다."
이것은 43세 인테리어 현장 일을 하는 상훈님(가명)이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상훈님은 하루 열 시간 넘게 현장에서 일하는 자영업자입니다.
2년 전 오른손 등에 작은 돌기 하나가 생겼을 때만 해도 굳은살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 뒤 옆에 하나가 더 생기고, 그 옆에 또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피부과를 찾았고, 액체 질소로 얼리는 냉동치료를 받았습니다.
물집이 잡히고, 딱지가 앉고, 떨어져 나가면 깨끗해졌습니다.
그런데 한두 달이 지나면 같은 자리 근처에서 또 비슷한 돌기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다시 피부과, 다시 냉동치료, 다시 물집, 다시 딱지.
이 과정을 다섯 번 반복하는 동안 상훈님은 치료 자체에 지쳐버렸습니다.
"혹시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상훈님의 눈에는 지침과 자괴감이 묻어 있었습니다.
피부과에서도 "면역이 잡아줘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깊이 공감합니다.
사마귀로 고생하는 분들 가운데 상훈님처럼 반복 치료에 지친 분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잡초를 뽑아도 땅이 바뀌지 않으면
그렇다면 왜 냉동치료를 여러 번 해도 사마귀는 자꾸 돌아오는 걸까요.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피부에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입니다.
냉동치료는 액체 질소로 감염된 피부 조직을 얼려서 파괴하는 방식인데,
눈에 보이는 병변은 제거할 수 있어도 피부 깊숙이 숨어 있는 바이러스까지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도 사마귀 치료의 완치율은 약 50~60% 수준이고,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25~5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을 비유하자면, 잡초를 뽑는 것과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잡초의 줄기와 잎을 아무리 깔끔하게 잘라내도,
땅속에 뿌리가 남아 있으면 비가 오고 나면 또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땅이 잡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면, 뿌리를 뽑아도 옆에서 새 잡초가 돋아납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마귀를 '우췌(疣贅)'라 부르며,
이를 단순한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안의 정기(正氣)가 부족해진 상태에서
외부의 나쁜 기운이 피부에 자리 잡은 것으로 봅니다.
쉽게 말해, 면역이라는 성벽이 튼튼하면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자리를 잡지 못하지만,
성벽이 허물어져 있으면 아무리 침입자를 쫓아내도 다시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기허(氣虛)와 습열(濕熱)이 겹치면 피부의 방어 기능이 약해지고,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냉동치료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직을 파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한의학적 접근은 바이러스가 살기 어려운 몸의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저는 상훈님의 증상을 단순한 피부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만성 피로, 불규칙한 식사, 부족한 수면, 이 모든 것이 상훈님의 정기를 깎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반복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요
상훈님처럼 사마귀가 반복되는 분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보입니다.
우선 수면이 부족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는 잠을 자는 동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수면이 모자라면 면역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식사도 불규칙하거나 인스턴트 위주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위(脾胃)가 약해지면 기혈 생성이 줄고, 피부까지 영양이 닿지 못합니다.
스트레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치료를 반복할수록 "또 재발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쌓이고,
그 스트레스가 면역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상훈님에게 먼저 잠을 한 시간만 더 자보라고 권했습니다.
의이인(薏苡仁)을 넣은 율무차를 매일 한 잔씩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의이인은 한의학에서 오래전부터 사마귀 치료에 활용해온 약재로,
피부의 습을 말리고 면역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입니다.
손에 상처가 나면 바로 소독하고 덮어주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사마귀 바이러스는 미세한 피부 틈으로 침투하기 때문에,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만약 사마귀가 빠르게 번지거나,
손발톱 주변에 생겨 변형이 오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혼자 뜯거나 자극을 주면 바이러스가 주변 피부로 퍼질 수 있으니
절대 손으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성벽을 다시 쌓는 시간
사마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병변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의 환경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넘쳐흐르는 어항의 물을 퍼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항 자체의 균열을 보수해야 물이 다시 넘치지 않습니다.
상훈님의 경우 한약과 침 치료를 병행하면서 생활 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갔고,
석 달 뒤 손등에는 새 사마귀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분이 같은 경과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개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여정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시작입니다.
당신의 몸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 회복의 열쇠를 함께 찾아주는 조력자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눈에 보이는 병변뿐 아니라 몸 전체를 세심히 살펴주는 의료진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 동제당한의원 원장 최장혁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