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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매일 아침 반복돼요" | 등교 거부 뒤에 숨은 아이의 몸과 마음
칼럼 2026년 4월 9일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매일 아침 반복돼요" | 등교 거부 뒤에 숨은 아이의 몸과 마음

최장혁
의료 감수 최장혁 원장


image.png아침마다 울던 아이, 그 눈물이 말하는 것

"선생님, 아이가 아침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고 울어요.
학교에 보내려고 하면 다리에 힘이 없다고 주저앉아요.
밥도 못 먹고 토할 것 같다고 하고요."

아홉 살 준서(가명)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준서는 초등학교 3학년, 맞벌이 가정의 외아들이었습니다.
방과 후 학원 두 곳을 다니고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3학년에 올라가면서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반 친구 관계도 달라졌는데, 2학기 들어 아침마다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혈액검사를 하고, 뇌 MRI까지 촬영했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아이는 진짜 아프다고 울어요.
꾀병인 건지, 제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어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죄책감이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증상은 등교 거부로 이어졌고, 부모가 다그치면 아이는 더 위축되었습니다.
위축된 아이의 증상은 더 심해지고, 부모의 죄책감도 깊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준서의 두통을 단순한 머리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소화 상태, 수면의 질, 그리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이런 아이를 만날 때마다 저는 부모의 마음에도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아이 곁에 있는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는 아이는 왜 매일 아침 아픈 걸까요.

image.png머리가 아픈 건 머리 때문만이 아닙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심비양허(心脾兩虛)라는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심비양허란 마음을 주관하는 심(心)과 소화를 담당하는 비(脾)가 함께 약해진 상태입니다.
마음의 에너지와 몸의 에너지가 동시에 바닥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배터리가 거의 방전된 작은 기계를 떠올려 보십시오.
화면은 깜빡이고, 소리는 끊기고,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느립니다.
아이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버거워지고, 머리가 아프고, 밥맛이 없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는 기능성 신체화 증상이라고 부릅니다.
검사상 구조적 이상은 없지만,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두통, 복통, 어지러움 같은 증상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이가 꾸며내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진짜로 아픈 겁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혈(氣血)이 부족한 아이의 몸은, 뿌리가 마른 작은 나무와 같습니다.
잎이 시들고 가지가 축 처지는 것은 잎사귀의 문제가 아닙니다.
뿌리에 물이 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통은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에너지 순환이 막힌 데서 오는 신호인 셈입니다.

스트레스가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화가 안 되니 영양 흡수가 줄고, 영양이 부족하니 기혈이 더 약해지고, 기혈이 약해지니 감정 조절도 어려워집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은 이처럼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image.png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아이의 수면입니다.
밤 열 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만으로도 성장호르몬 분비와 자율신경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잠들기 전 30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대신, 부모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벼운 그림책을 함께 보는 시간으로 바꿔보십시오.

식사에서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기보다, 따뜻한 죽이나 미음처럼 소화가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위가 약한 아이에게는 찬 우유나 빵보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자기 감정을 말로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왜 학교 가기 싫어?"라고 다그치기보다, "오늘 몸이 어디가 불편해?"라고 물어봐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자기 감정을 말로 정리하는 힘이 아직 자라는 중입니다.
그래서 마음의 고통이 몸의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의 두통이나 복통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체중이 눈에 띄게 줄거나, 잠을 심하게 설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정밀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image.png아이의 몸이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날까지

두 달 뒤, 준서의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몸 전체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소화 기능을 회복시키고, 잠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진 결과였습니다.

저는 아이의 치료가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의 환경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마다 체질과 상태가 다르기에, 같은 두통이라도 접근은 달라야 합니다.
아이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그 작은 신호 안에 회복의 열쇠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의 몸은 어른보다 훨씬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 회복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함께 길을 찾아주는 조력자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몸과 마음을 함께 세심히 살펴주는 의료진을 꼭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 동제당한의원 원장 최장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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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혁

최장혁 원장

20년의 임상 경험을 통해, 다이어트부터 난치성 질환까지 몸의 균형을 되찾아드리는 통합 치유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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