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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컵 하나 드는 것도 겁이 나요" | 손자 돌보는 할머니의 팔꿈치 통증
칼럼 2026년 4월 4일

 "물컵 하나 드는 것도 겁이 나요" | 손자 돌보는 할머니의 팔꿈치 통증

최장혁
의료 감수 최장혁 원장

image.png안아줄 수 없는 두 팔이 전하는 말

"물컵 하나 드는 것도 겁이 나요.
팔꿈치 바깥쪽이 찌릿하면서 힘이 쭉 빠져요."
"손자를 안아 올리려면 팔이 떨려서, 혹시 떨어뜨릴까 봐 무서워요."

이것은 50대 후반의 순옥님(가명)이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순옥님은 맞벌이인 아들 부부를 대신해 네 살 손자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손자 등원 준비, 낮에는 빨래와 장보기, 오후에는 하원한 손자와 놀아주고 저녁 식사까지 챙기는 하루.
본인을 위한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1년 전, 손자가 걷기 시작하면서 안아 올리는 횟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쑤시네" 하고 넘겼는데, 여섯 달 전부터 수건을 짜는 것조차 고통이 되었습니다.
정형외과 두 곳을 다니며 소염제를 먹고, 물리치료를 받고, 파스를 달고 살았습니다.
약을 먹으면 며칠은 괜찮다가, 손자를 안아 올리면 어김없이 원점이었습니다.

"엑스레이에서는 뼈에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아픈 건지 모르겠어요."

순옥님의 눈에는 통증보다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들에게 아프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는 미안함, 손자를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는 자책감.
"이 나이에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면서도, 밤마다 팔꿈치가 욱신거려 잠을 설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옥님의 팔꿈치만을 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환자분의 고통에 깊이 공감합니다.

image.png끊어지기 직전의 밧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

그렇다면 왜 순옥님의 팔꿈치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던 걸까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근비(筋痺)라고 합니다.
힘줄에 기혈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생기는 통증과 뻣뻣함을 말합니다.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반복적인 부담이 쌓이면, 미세한 손상이 겹겹이 생깁니다.
매일 무거운 짐을 매달아두는 밧줄을 떠올려 보십시오.
올 하나하나가 닳고 끊어지는데, 밧줄을 쉬게 해줄 시간은 없습니다.
순옥님의 힘줄이 바로 그 밧줄이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를 외측상과염, 흔히 '테니스엘보'라 부릅니다.
팔꿈치 바깥쪽 뼈에 붙는 힘줄의 만성적인 미세손상, 즉 건병증(tendinopathy)입니다.
테니스를 치지 않아도, 손목을 젖히거나 물건을 쥐는 동작을 반복하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해도 빨리 낫는 사람이 있고, 순옥님처럼 수개월이 지나도 낫지 않는 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의학이 주목하는 것이 간주근(肝主筋)입니다.
간의 기혈이 온몸의 근육과 힘줄에 영양을 공급하는데, 과로와 수면 부족, 영양 결핍이 겹치면 이 공급이 줄어듭니다.정비도 주유도 없이 매일 달리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엔진이 아무리 튼튼해도, 기름이 없으면 언젠가 멈추게 됩니다.
순옥님의 몸은 힘줄을 고칠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image.png](https://www.dongjedang.com/api/files/assets/2026-04/e3981736.png?sig=6b02da2f7d0b07fa7d5ba64f3b01aaf7e7e8605c0b91ebf87dc7240d9a1d78b9)**그렇다면 이 닳아버린 밧줄을 어떻게 되살릴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반복 동작입니다.
손자를 안아 올릴 때 손목에 힘을 주는 대신, 팔 전체로 감싸안는 자세를 쓰면 팔꿈치 부담이 줄어듭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뒤집어 잡는 것만으로 힘줄에 걸리는 힘이 달라집니다.

그 다음은 쉼입니다.
순옥님처럼 돌봄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하루 중 짧게라도 팔을 내려놓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손목을 부드럽게 아래로 꺾어 15초간 유지하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는 것만으로도 힘줄의 긴장이 풀립니다.

수면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힘줄 회복은 대부분 잠자는 동안 이루어지는데, 밤마다 욱신거려 잠을 설치면 회복의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팔꿈치 아래 얇은 쿠션을 받쳐 팔을 살짝 구부린 채 자면, 밤사이 통증이 한결 줄어듭니다.

한의학에서는 합곡(合谷)과 곡지(曲池) 혈자리를 자주 활용합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 움푹한 곳, 팔꿈치를 구부렸을 때 접히는 바깥 끝 지점을 부드럽게 눌러주면 기혈 흐름을 돕는 데 보탬이 됩니다.

다만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손가락이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새로 나타난다면 다른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으십시오.

image.png다시 안아줄 수 있는 그 날을 향해

저는 순옥님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기혈을 회복시키면서 힘줄이 스스로 나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팔꿈치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과로로 지친 몸의 회복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라고.

세 달 뒤, 순옥님은 손자를 안아 올리며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통증은 약함이 아니라, 몸이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입니다.
당신의 몸은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 회복의 열쇠를 함께 찾아드리는 조력자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팔꿈치뿐 아니라 몸 전체를 세심히 살펴주는 의료진을 만나십시오.

✍️ 동제당한의원 원장 최장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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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혁

최장혁 원장

20년의 임상 경험을 통해, 다이어트부터 난치성 질환까지 몸의 균형을 되찾아드리는 통합 치유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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