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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한 건 분명 아는 건데, 시험만 보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집중력 저하와 시험 불안
칼럼 2026년 4월 10일

"공부한 건 분명 아는 건데, 시험만 보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집중력 저하와 시험 불안

최장혁
의료 감수 최장혁 원장


image.png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

"분명 어젯밤까지 다 외웠는데, 시험지를 받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요. 아는 건데 떠오르지 않아요.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시 기억나는 게 더 억울해요."

이것은 고3 수험생 서연님(가명)이 어머니와 함께 처음 진료실을 찾았을 때 했던 말입니다.
서연님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열여덟 살 학생이었습니다.
학급 석차는 늘 상위권이었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고3이 되고 첫 모의고사를 치른 뒤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할 때는 머리에 잘 들어오는데, 정작 시험지 앞에만 앉으면 머릿속에 안개가 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손에 땀이 나고,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컨디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불안이 커졌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내일 시험에서 또 머리가 하얘질까 봐 두려워서 새벽 두세 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수면이 부족하니 낮에는 멍하고, 멍한 상태로 공부하니 효율이 떨어지고, 효율이 떨어지니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내과에서 혈액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스트레스성이니 쉬면 좋아질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수능을 앞둔 고3에게 쉬라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서연님의 증상을 단순한 시험 긴장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넓은 시각으로 읽어야 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진료실에서 만날 때마다, 저는 성적 이전에 이 아이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분명히 아는 것도 시험장에서는 떠오르지 않는 걸까요?


**![image.png](/api/files/assets/2026-04/883fa64d.png?sig=87c745c7903f6a62979dbc63d0d3552c89671298ca379ef09a1084bf90496ef2)흐린 창문 너머로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기억과 사고 활동의 중심을 심(心)이라 봅니다.
심은 단순히 심장 기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 활동과 의식, 집중력을 주관하는 기능 체계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심이 맑고 고요해야 사물을 또렷이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이 심의 기능에 혼탁한 것들이 끼기 시작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담음(痰飮)이 심규(心竅)를 가린다고 표현합니다.
심규란 마음이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마치 창문에 습기가 차서 뿌옇게 되면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심규가 막히면 분명히 저장되어 있는 기억도 꺼내 쓸 수가 없게 됩니다.

현대 의학에서도 만성 스트레스가 코르티솔 분비를 과도하게 높이고, 이것이 해마의 기억 인출 기능을 방해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의학의 '담음이 심규를 가린다'는 설명과 현대 신경과학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기억 인출을 방해한다'는 설명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현상을 짚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비위(脾胃)의 문제도 겹칩니다.
오래 앉아서 공부하고, 불규칙하게 먹고, 늦게 자는 생활이 반복되면 소화 기능이 약해집니다.
한의학에서 비(脾)는 영양분을 만들어 온몸에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뇌로 가는 맑은 기운도 부족해집니다.
이것을  심비양허(心脾兩虛)라 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심과 에너지를 만드는 비가 함께 약해진 상태입니다.

라디오에 비유하자면, 주파수는 맞춰져 있는데 안테나가 약하고 잡음이 섞여서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태와 같습니다.
서연님에게 필요했던 것은 공부를 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안테나를 바로 세우고 잡음을 걷어내는 일이었습니다.


**![image.png](/api/files/assets/2026-04/567c0b55.png?sig=c17a40e35d6a15524efbf9c86b6f50ae675e31ecc65cb7e7b312afc380b1a6a1)그렇다면 흐린 창문을 어떻게 다시 맑게 할 수 있을까**

동의보감에는 이런 상태를 위한 처방으로  총명탕(聰明湯)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건망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의 말을 기억한다'는 옛 기록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분명합니다.

총명탕은 백복신(白茯神), 원지(遠志), 석창포(石菖蒲)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복신은 불안하고 놀라기 쉬운 마음을 가라앉혀 편안하게 해주고, 석창포는 뇌로 가는 혈류를 촉진하여 머리를 맑게 열어주며, 원지는 심규에 쌓인 노폐물을 깨끗이 걷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세 약재가 함께 작용하면, 흐려진 창문의 습기를 닦아내듯 머릿속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총명탕을 먹기만 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약은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공부를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과 함께 생활 습관도 같이 바꾸는 것입니다.

수험생의 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무엇보다 수면이 충분해야 합니다.
새벽까지 버티며 공부하는 것보다, 자정 전에 눕고 여섯 시간 이상 자는 것이 기억 정착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밤 사이 뇌는 낮에 입력된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식사도 거르지 않아야 합니다.
아침을 먹지 않거나 컵라면과 빵으로 때우는 식사가 반복되면 비위가 약해져서 뇌에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못합니다.
따뜻한 밥과 국, 단백질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가 머리를 맑게 하는 데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줍니다.

틈틈이 목과 어깨를 풀어주는 간단한 스트레칭도 도움이 됩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목과 어깨가 뭉치면서 머리로 가는 혈액 순환이 나빠지고, 이것이 두통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만약 시험 불안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잠을 거의 못 자는 날이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image.png안개가 걷힌 아침, 다시 선명해지는 길

서연님은 체질과 증상에 맞게 총명탕을 기본으로 한 처방을 두 달간 복용했습니다.
동시에 자정 전 취침과 아침 식사, 짧은 스트레칭을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두 달 뒤, 서연님은 시험장에서 예전만큼 심장이 뛰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머릿속 안개가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문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험생의 몸은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피로와 긴장의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의 몸은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회복의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함께 살펴주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의 역할은 바로 그 열쇠를 함께 찾아주는 조력자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몸 전체를 세심히 살펴주는 의료진을 꼭 만나십시오.
시험 성적 이전에, 아이의 건강이 먼저입니다.

✍️ 동제당한의원 원장 최장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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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혁

최장혁 원장

20년의 임상 경험을 통해, 다이어트부터 난치성 질환까지 몸의 균형을 되찾아드리는 통합 치유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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